2025 solo exhibition in wave art space

사람들은 관계라는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인간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때론 왜곡되기도 하고 각자의 감정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는 타자와의 관계에 의해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다시 변형되고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러한 수많은 인연들과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흔적과 시간이 지나간 기억의 왜곡을 찾아내어 나 자신과 대면하고자 하였다. 누구든 소소한 기억들과 더불어 특별하게 각인된 기억 하나쯤 가지고 있겠지만 내 기억 속에는 결코 지나칠 수 없었던 존재들이 있으며, 그들은 나의 내면을 정의 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는 왜곡된 상태로 그들을 기억하며 그 기억 속에서 다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내가 경험한 과거의 상처와 무거운 에피소드들은 캔버스 위에서 특정한 색과 감정이 담긴 형태로 드러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난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찾는 과정을 거쳐 오면서 ‘나’를 온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까지 끝없이 돌고 돌아야만 했고 그 끝없는 순환 속에서 나만의 고유한 존재가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상처와 무거움의 에피소드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그 때의 나에게 위로와 동정을, 그리고 그러한 서사를 지닌 지금의 나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 그 시절의 나 역시 이 무한한 과정의 일부분이었으며 나아가려는 방향을 찾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에, 현재진행중인 인생의 여정에서 아직은 힘들고 서글프기도 하지만 ‘나’라는 존재의미를 찾고자 하는 나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